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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독일유학

독일 박사 지원 과정 - EMBL 그리고 DKFZ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1. 13. 07:48

지난번 포스트에 예고된 것처럼, 간단하게 제가 겪었던 치열했던 독일 박사 지원 과정을 조금씩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일단, 제가 일하는 생명과학 쪽은 여전히 미국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큰 우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독일을 유학지로 선택하게 된 것은,

1. 영어점수와 GRE에 수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점, 물론 IMPRS는 최소한의  영어 점수를 요구하기는 하였으나 크게 공부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2. 보장된 월급을 준다는 점. 석사 때 재정적으로 조금 힘들었…(주륵)

3. 남들 가는데는 가기 싫은 비뚤어진 성정

4.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찾아보고 싶은 욕구

등등 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지원했던 곳은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위치한 EMBL (European Molecular Biology Laboratory) 이란 곳인데, 국내에서는 교수님들도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ㅅ- 'EMBO' 라고 하시면 그제서야 아시는 것 같은데, EMBO에서 운영하는 연구소로 유럽 내에 독일 두 군데, 영국-프랑스-이탈리아에 각각 한 군데씩 있습니다. 

EMBL Heidelberg, 출처: wikipedia

유럽분자생물학 연구소 라는 거창한 이름만큼 사실 굉장히 으리으리한 곳인데, 국내에는 잘 알려져있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EMBL 박사과정에 지원한 저는 쓴 맛을 보게 됩니다. 서류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합니다-_=...

그 이후에 지원한 세 군데 박사과정 프로그램에서 모두 1:1000 이상의 지원율을 뚫고 서류심사 통과-인터뷰 초청까지 받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운이 없었거나 제가 그 프로그램 취지에 맞지 않는 background를 가지고 있거나 (제가 분자생물학을 전공하지는 않았거든요..) 굉장히 경쟁률이 치열했다, 이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풍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초청받은 박사과정 candidate들도 매일매일 떨어져서 집으로 짐싸서 돌아가는 일종의 survival 형식이라는..;; 이례적으로 포닥 수준의 월급 (2000유로)를 박사 과정 학생에게 주고 내부 장비 및 교육 시설이 최첨단의 첨단을 달린다는 그 곳이므로 이제 생각해보면 떨어진게 크게 이상할 건 없습니다..


어쨌든, 저는 동시 다발적으로 지원서들을 여기저기 찔러 넣습니다.

그 중에 한 군데가 DKFZ, German Cancer Research Center 인데, 이 연구소도 교육과 연구의 도시 하이델베르크에 위치해있습니다. 

첫번째 단계로 온라인 접수를 통해 성적표, 장학금, 수상경력, 졸업증명서 등등 필요 서류를 업로드 하고, 더불어 어떤 그룹 리더에게 지원하고 싶으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연구 계획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어떤 경험이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인지 등등을 기술합니다. 모두 온라인으로 입력하여 제출되었습니다.

한달여 정도 기다리고 나니 개별적으로 이메일을 받게 됩니다. 인터뷰에 초청되었으므로 하이델베르크까지 직접 날아가야 했습니다. 가끔은 skype로 대체하기도 합니다만, 박사 과정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직접 방문하여 연구소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그룹리더/교수와의 대화를 통해 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우려는 '박사 프로그램의 취지' 상 이러한 face to face 인터뷰는 독일에서는 꽤나 당연시 되고 있었습니다. 이동경비 및 숙식 비용을 전액 지원해주기 때문에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저는 일주일 간 하이델베르에 머무르며 인터뷰를 보았는데, 첫 날 연구소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거친 후 제가 석사 과정 간 해왔던 연구를 그룹리더/교수를 포함한 다수의 청중 앞에서 발표했습니다. 박사 과정에 이미 소속되어있는 학생들과 식사도 함께 하며 이런 저런 궁금한 점들을 묻기도 합니다.

이튿 날부터는 15분 간격으로 정해진 교수들과 짧은 인터뷰를 합니다. 15분이 지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다음 교수와 인터뷰를 합니다. 이 짧은 시간동안 본인이 가지고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매력 어필을 해야 연구실을 방문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간신히 연구실로 초청을 해준 2,3 명의 그룹 리더/교수를 따로 개별적으로 만나 박사 과정으로 뽑히면 하게 될 연구를 소개받고, 연구실의 학생들을 만나 어떤 일들을 진행하는지 이야기를 듣고 함께 디스커션도 합니다. 하루 하루가 이런 식으로 훌쩍 지나가버립니다. 인터뷰 후에는 PI들이 저를 뽑을 의향이 있는지 이메일을 보내봅니다. 우울한 하루 하루가 지나갑니다 ㅠ

남는 시간은 다음 인터뷰를 진행할 교수의 논문을 읽고 박사 과정에 이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중간 중간에 남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도시를 구경하며 머리를 식히기도 합니다.

하이델베르크 고성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크다는 와인통 입니다.

유명한 하이델베르크 고성에서 한 잔 아이스와인으로 시름을 달랩니다.

하루는 여러 명의 교수와 면담이 잡혀있습니다. 그들이 이런 저런 생물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답해야 합니다. 제 경우에는 어떤 gene or protein이 anti-cancer drug의 타겟이 될 수 있겠는가 라는 것이었는데, 제가 주로 다루던 BDNF라는 단백질이 colorectal cancer에서도 overexpression된다는 논문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이 것을 가지고 간신히 대답을 마무리 합니다.

마지막 날이 되면 이메일을 통해 결과가 통보됩니다. 일부 학생은 DKFZ에서 제공하는 fund로 월급을 받고 (일종의 우등 합격 인듯 합니다), 나머지는 합격한 연구실의 PI가 월급을 제공하는 형태로 합격하게 됩니다. 저는 후자로 합격을 하긴 했는데, 저를 원하는 PI는 이제 막 랩을 시작하는 Junior group leader.. 연구실에 가보니 아무 것도 없고 저말고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ㅠㅠ 보람은 있겠지만, 고생이 눈에 훤합니다 ㅠㅠ

아직 두 군데의 인터뷰가 더 남아있으니 일단 결정을 보류하기로 합니다. 이제 기차를 타고 뮌헨으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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