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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뮌헨

독일 야생동물, 청설모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12. 26. 09:12

그렇다. 뮌헨은 나름 인구 100만의 대도시. 

내가 살던 대한민국 인천광역시는 빚은 많을지언정 인구 200만을 이미 넘긴지 오랜 상황. (게다가 신도시도 여러 개나 새로 지었어!! 유후!!). 따라서 내 관점에서 뮌헨 따위는 대도시 축에도 들지 못하지만, 어쨌든 독일 도시 치고는 꽤 크고 붐비는 편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독일 제3의 도시에는 숲도 많고 호수도 많고 야생동물도 많다. 직접 목격한 것만 해도 여우, 오소리, 토끼, 딱따구리, 청둥오리, 고슴도치 등등.

그 중에서도 요즘 외로운 내 맘을 달래주는 건, 남의 발코니에 몰려들어 땅콩을 내놓으라며 모닝콜을 대신해주는 청설모들이다. 정말 땅콩을 내놓으라고 소리를 질러대는건지는 몰라도 어쨌든 그 소리를 듣고 일어나서 땅콩을 한 주먹 던저주면 기다리고 있다 물어가니 정황상 추측이 맞는 듯도 하다.

애완동물 노래를 부르던 터라 대리 만족 삼아 먹을 거리를 던져주기 시작했는데, 이제 나의 지위는 단지 땅콩,호두 셔틀 정도일지도 -ㅅ-

  

그들은 대담하다. 처음에 난간을 통해 발코니로 진입한다.

한쪽 앞다리 또는 양쪽 모두를 배에 올리며 공손한 자세를 취하는데, 이는 순진한 사람들을 홀리는 사이렌의 노랫소리와도 같다. 나는 쇠뇌당한 사람처럼 '어서 오렴, 어서 오렴'을 반복할 뿐이다. 

  

난간에서 한단 내려와 귀여움을 한껏 발산해주신다. 코가 다소 짧고 몸통이 타 개체에 비해 작은 것을 보니 갓 독립한 풋내기로 판단된다. 훗. 

 

Step by step. 화분받침대로 한단 더 밑으로. 뿔처럼 솟은 귓털은 마치 기사의 투구와도 같구나. 

 

나는 재빨리 몇 걸음 물러나 풋내기의 동태를 주시한다. 

 

How dare you! 풋내기 따위가 집 내부로 진입을 시도한다.  

  

풋내기는 나와 눈을 마주친 후에도 감히 집 안을 한동안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서성인다. 일수라도 나온 것 같은 형님 포스에 나는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마네킹처럼 서있다가 웃음 소리를 참지 못하고 뱉어내고 풋내기는 경기를 일으키며 도망간다.

훗. 나의 승리다. 풋내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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